“엄..마..”
수화기 너머에서 한젤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. 할머니와 작은 고모의 증언에 따르면 한젤이는 전화벨이 울리자 직접 받겠다며 수화기를 든 참이었다.
“아빠야 한젤아. 엄마 아니라서 실망한 건 아니지. 잘 지냈어?”
몇마디 안부를 묻고는 엄마에게 수화기를 넘겼다. 아빠 목소리에는 가만히 숨을 죽이던 한젤이가 엄마 목소리가 들리자 웃기 시작했다. 그 특유의 ‘깔깔깔’ 웃음소리가 수화기에서 새어 나왔다. 그리고는 다시 “엄마”를 부른 뒤 한참을 ‘한젤이만’의 언어로 엄마와 대화했다. 제 딴에는 떨어져 있는 엄마에게 해줄 말이 많은 모양이었다. 16개월 된 한젤이 이제 전화 통화도 한다.
한젤이는 광주 할머니집에 있다. 엄마아빠가 이래저래 부모 노릇을 못해 한젤이는 할머니할아버지, 고모들과 함께 있다. 떨어져 있는 건 같은데 한젤이는 엄마를 (아빠보다 더) 좋아한다.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인형에도 제법 질투를 한다. 엄마 품에 있는 인형을 보면 쪼르르 달려와 인형을 치우고는 그 자리를 꿰찬다. 엄마 품에서 책 읽는(보는) 것도 즐긴다. 2주만에 광주에 가면 엄마 곁에만 붙어있는 한젤이 때문에 할머니가 배신감을 느끼는 사태(?)가 벌어진다.
그래도 난 엄마를 (더) 좋아하는 한젤이가 섭섭하지 않다.(정말, 진짜) 사진처럼 한젤이와 혜미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니까.(그리고 오늘 드디어 엄마 뿐 아니라 ‘아빠’도 소리내 불렀다고 한다, 오늘을 개인적 기념일로 삼아야겠다.)
ps. 한젤이는 이제 스스로의 일을 ‘알아서 척척’ 처리해 낸다. 기저귀를 갈고 난 후에는 이미 쓴 기저귀를 베란다 휴지통에 가져가 버리고 온다.(벌써 효도? ㅎㅎ) 놀랍다.(물론 또래의 다른 아기들이 다 그럴 수 있겠지)